2009년 10월 30일 금요일

[Book] Le Scaphandre et le Papillon

[01_OCT_2009] Le Scaphandre et le Papillon







한국일보 [리뷰]


[제목]: 잠수복과 나비
[저자]: Jean-Dominique Bauby
[역자]: 양영란
[열람]: Bandi & Luni's 종로타워점 (OCT 01, 2009)
[독서]: 제1회독 (OCT 01, 2009)




  1. 같은 제목 영화의 원작.



  2. 책머리에 (pp.11-15)


  3. 군데군데 벌레먹은 커튼이 우유빛으로 뿌옇게 밝아오는 걸 보니 새벽이 오는 모양이다.
    발뒤꿈치가 아프다.

    머리는 망치로 얻어맞은 듯하고, 온몸은 잠수복이라도 입은 듯 갑갑하게 조여 온다.


    내 방에서 어둠이 슬그머니 자취를 감춘다.
    나는 사랑하는 이들의 사진과 아이들이 보내 온 그림, 포스터,
    그리고 친구 녀석이 파리와 루베팀의 경주 바로 전날 보내 온 양철로 된 자전거 선수 조각을 차근차근 살펴본다.

    내가 6개월째 바위에 붙어 사는 소라게처럼 몸을 붙이고 있는 침대 위로 솟아오른 막대기도 눈에 들어온다.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또 지난해 12월 8일부터 나의 삶이 예전 같지 않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기 위해서는 그리 오래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뇌간(腦幹)이라는 것이 있는지조차 몰랐다.
    그날 심장 순환기 계통의 갑작스런 이상으로 이 기관이 고장나자, 비로소 나는 뇌간이라는 것이 우리 몸을 이루는 컴퓨터 장치의 핵이며,
    뇌와 말단 신경을 이어 주는 통로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예전에는 이처럼 급작스런 사고를 '뇌일혈'이라 불렀으며, 한번 걸렸다 하면 백발백중 죽는 병이었다.
    그러다가 요즘에 와서는 소생 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상황이 좀더 복잡해졌다.
    죽지는 않지만, 몸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마비된 상태에서 의식은 정상적으로 유지됨으로써 마치 환자가 내부로부터 감금당한 상태,
    즉 영미 계통의 의사들이 '로크드 인 신드롬(locked-in syndrome)'이라고 표현한 상태가 지속된다.

    왼쪽 눈꺼풀을 깜박이는 것만이 유일한 의사 소통 수단일 뿐이다.
    이런 소상한 내용은 언제나 당사자가 가장 늦게서야 알게 되는 법이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20일 동안의 혼수 상태에서 벗어난 후에도 몇 주일이 지나고 나서야 정확한 병명과 증세를 알 수 있었다.
    이제 막 어스름한 새벽빛이 스며들기 시작하는 베르크 해양병원 119호 병실에서, 나 자신을 새로이 발견한 것은 1월도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여느 날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아침이다.
    7시가 되자, 예배당의 종소리가 15분마다 한 번씩 덧없는 시간의 흐름을 확인시켜 주기 시작한다.
    밤새 잠잠했던 기관지가 고인 가래를 뱉아내려는 듯 갑자기 그렁대기 시작한다.
    노란색 시트 위에서 경련을 일으키는 손 때문에 고통스럽다.
    손이 너무 뜨거워서 그런지, 혹은 반대로 너무 차가워서 그런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근육이 경직되지 않도록 반사적으로 기지개를 켜보려 하지만, 내 팔다리는 겨우 몇 밀리미터 정도만 움직일 뿐이다.
    하지만 사지의 통증을 더는 데는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다.


    잠수복이 한결 덜 갑갑하게 느껴지기 시작하면,
    나의 정신은 비로소 나비처럼 나들이길에 나선다.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
    시간 속으로, 혹은 공간을 넘나들며 날아다닐 수도 있다.
    불의 나라를 방문하기도 하고, 미다스 왕의 황금 궁전을 거닐 수도 있다.
    사랑하는 여인에게로 달려가 그 곁에 누워,
    그녀의 잠든 얼굴을 어루만질 수도 있다.
    공중누각을 지을 수도 있고, 황금 양털을 찾아나설 수도 있다.
    전설의 도시 아틀란티스를 향한 모험길에 오를 수도 있고,
    유년 시절의 꿈이나 성인이 된 후의 소망을 실현에 옮길 수도 있다.

    공상은 이제 그만.
    나는
    출판사에서
    나의 떠나지 않는 여행의 기록을 한 자 한 자 받아 적을 사람을 보내기 전에,
    미리 이 여행담의 도입부를 완결지어야 한다.
    나는 머릿속에서 한 문장 한 문장을 열 번씩이나 되뇌어 보면서
    단어를 빼기도 하고, 군데군데 형용사를 덧붙이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내 원고를 한 문장 한 문장 완전히 암기하게 된다.

    7시 30분.
    당직 간호사가 나타나자, 내 생각의 흐름은 중단된다.
    간호사는 익숙한 몸짓으로 커튼을 젖히고 나서 절개 부위와 점적(點滴) 주입장치를 살핀 다음,
    TV를 켜고 뉴스를 기다린다.
    화면에서는 서부에서 가장 재빠른 두꺼비 이야기를 담은 만화 영화가 한창이다.
    나도 차라리 두꺼비가 되게 해달라고 빌어 볼까?


  4. 끝머리에 (p.175)



    1. 나는 단지 아주 나쁜 번호를 뽑았을 뿐

      나는 장애자가 아니다.

      나는 돌연변이일 뿐이다.